15만원 티켓 100만원에…뮤지컬 암표 극성

입력 2022-04-29 17:25   수정 2023-04-27 09:35


‘1층 VIP석, C열, 한 장에 100만원.’

뮤지컬 애호가인 A씨는 29일 한 온라인 티켓 양도·거래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뮤지컬 ‘웃는 남자’ VIP석 암표 가격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원래 티켓가격(15만원)의 세 배 이내면 구입할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많은 웃돈이 붙으리라곤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2018년과 2020년에도 ‘완판(완전판매)’된 ‘검증된 흥행작’인 데다 스타 배우인 박효신을 캐스팅한 데 힘입어 이번에도 온라인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매진됐다. 이런 인기작이 나올 때마다 대다수 뮤지컬 애호가 앞에 놓인 선택지는 딱 두 개다. 관람을 포기하거나 상당한 웃돈을 주거나.

뮤지컬 시장이 매크로(자동 반복입력) 프로그램으로 무장한 ‘IT 암표상’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완판이 확실시되는 기대작이 나오면 매크로를 돌려 티켓을 대량 예매한 뒤 상당한 웃돈을 붙여 되팔고 있어서다. 코로나19가 꺾이면서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는 뮤지컬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880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323억원)에 비해 172%나 늘었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대형 공연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 덕분이다. 인기 작품에 스타배우가 더해지면 1000석이 넘는 대극장 공연도 곧바로 완판된다. 웃는 남자(박효신) 데스노트(김준수 홍광호) 레베카(옥주현) 지킬앤하이드(홍광호)가 그랬다.

그래서 나온 신조어가 ‘피케팅’(피 튀기듯 치열한 티케팅)이다. 티켓 오픈 직후 예매를 클릭해도 대부분은 실패한다. 그러니 암표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A씨는 “뮤지컬 팬들 사이에선 ‘암표 구매가 정상, 인터넷 예매는 비정상적인 행운’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했다. 이달 초 개막한 ‘데스노트’의 15만원짜리 VIP석 티켓은 40만~5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인기 배우인 김준수와 홍광호가 동시에 출연하는 회차의 티켓은 매물이 없어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뮤지컬 암표 시장을 키운 건 코로나19와 매크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좌석 띄어앉기’로 인해 티켓 공급이 줄어든 반면 술자리 대신 뮤지컬로 저녁시간을 보내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런 수요 증가는 암표상들에게 ‘인기작 티켓은 비싸게 내놔도 다 팔린다’는 확신을 줬고, 결국 암표 없이는 관람하기 어려운 게 일상이 됐다. 한 대형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암표 시장이 있었지만 요즘처럼 티켓 예매가 어렵고 프리미엄이 높게 붙진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행법으로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 대량 구매를 처벌할 규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업무방해나 정보통신망침해 등으로 우회적으로 처벌하는 수밖에 없지만, 실제 적용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매크로를 사용했다고 의심이 드는 경우는 있지만 증명하기가 어렵고 불법도 아니어서 적극적으로 단속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작사 입장에선 웃돈이 많이 붙을수록 인기작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매크로 구매를 굳이 단속할 이유가 없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암표는 일반 관객들의 뮤지컬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시장 활성화도 해친다”며 “인기작의 경우 제작사가 처음부터 수십만원짜리 VVIP 티켓을 내놓는 게 암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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